볼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너무 출출했다. 짜장면 덕후답게 보이는 반점 있으면 아무 데나 들어가자 하다가도 몇 개의 반점을 그냥 지나쳤다. 왠지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그러다 굉장히 오래돼 보이는 반점이 하나 길에 보였고, 안에서는 식사시간이 조금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익숙함에 이끌려 홀까지 들어갔다.
원맨쇼
테이블은 다 해봐야 6~7개 정도에 사람이 나가자마자 다시 들어올 정도로 회전이 빠르게 되고 있었다. 당황스러운 건 내가 들어갔을 땐 손님 말고는 아무도 안 보였고 손님들도 메뉴를 기다리는 쪽 먹는 쪽 이 있어서 어떻게 하나 하고 잠깐 당황했지만, 주방 안에서 웍이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깨 달았다. 여기는 주문이 셀프구먼!
주방 안에다 대고 큰소리로 [ 간짜장 곱빼기 하나요 ] 라고 외치니 [ 예 ]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홀에도 배달도 아무도 없는걸 보니 이 반점 하나를 사장님 혼자 하고 있는 듯했다. 다른 시간은 내가 와 보질 않았으니 평소에 이렇게 하는 건지 이날만 이렇게 한 건지는 알 순 없었다.
아주 잠깐 요식업을 찍 먹 해본 나로선 이게 얼마나 대단한가 잠깐 생각하게 했는데 내가 식당을 했을 땐 너무나 미숙했기에 갑자기 3테이블 이상 들어온다? 맨붕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여기 사장님은 태연하게 웍을 돌리며 주문을 받고 있었다 그것도 중간중간 정산까지 해가며 말이다.. 연륜이 느껴지는 가게 운영이었다.
참 오랜만에 이런 손 때 묻은 가게를 와본 것 같다, 아이들과 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아이들 위주로 가게를 찾다 보면 넓은 곳, 쌔련 된 곳, 깔끔한 곳을 찾게된다. 그러다보니 예전이면 아무렇게 들어왔을 이런 오래된 가게를 잘 못 들어오게 된다. 이날은 나 혼자였고 우연히 들어오긴 했지만 예전에 마음 놓고 다녔던 그 국밥집처럼 익숙함에 끌린 것 같다.
사람 향기 나는 가게
가격도 다른 집에 비하면 저렴하다. 먹는 사람들도 의례 다 먹고 나면 빈 그릇을 주방 앞쪽으로 두고 갔다. 현금이 있는 사람이라면 계산이 편하게 그 만큼의 돈을 빈 그릇과 함께 두고 갔다.
뭐랄까.. 이런 사람을 서로 이해하고 굴러가는 가게만이 가지는 매력이랄까? 주방이 바쁘니 이 정도는 내가 해주자.. 카드는 수수료가 드니 현금 있으면 현금해 주자.. 물론 이게 불편한 사람들이 보면 탈세라고 뭐라 할 수도 있는데.. ….. 사람 사는 게 너무 팍팍하면 나도 팍팍해지는 게 아닐까.. 당하고 살면 안되지만 조금씩은 배려하고 살아도 된다.
세련되진 않았지만..
물론 이런 곳에서 깔끔하거나 세련된 서비스가 있는 게 아니지만 허름한 벽과 그릇, 살짝 고장 난 듯한 TV가 주는 편안함이 있다.. 때론 이런 곳에서 마음 편히 짜장 한 그릇 먹으면 정말 쉬었다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사실 짜장의 맛은 무난 무난했고, 예전에 먹었던 달달 간짜장이라서 추억의 맛이랄까 이따금씩 생각날 만한 맛이었다.
이제는 홀을 두고 장사하는 곳이 잘 없거나 아예 체인점이나 대형화된 곳들이 많아서 이런 오래된 점포를 흔히 만나보기도 힘들고, 이런 분들은 이제 점차 가게 문을 닫는다거나 은퇴도 하는 것 같아서 앞으로는 이런 분위기 점차 느껴보기 힘들 거라 생각하면 섭섭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