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다사에서 하빈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마천산 산림욕장은 크고 유명한 산은 아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도 아니고, 특별히 눈에 띄는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이곳을 조용히 걷기에 더 좋은 장소로 만들어 준다. 나는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이곳을 찾아갔다.
마천산 산림욕장은 이름처럼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다. 경사가 거의 없어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고, 왕복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짧은 코스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산도로를 따라 이어져 있어 걷기에 편안하고, 울창한 나무들 덕분에 시원한 그늘이 이어졌다.
길은 조용했다.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귀에 닿을 뿐, 사람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런 고요함은 오랜만이었다. 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느끼고, 숲의 냄새를 맡다 보니 복잡했던 마음도 조금씩 가라앉았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정상 가까이에 산스장이 나타난다. 마천산 산림욕장의 작은 쉼터 같은 곳으로, 간단한 운동 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다. 철봉이나 스트레칭 기구 정도지만 숲 속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신선했다. 나도 잠시 멈춰 몸을 풀고 나니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이곳은 편의시설이 전혀 없다. 간식이나 물 한 병 없이 방문한다면 조금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미리 준비해 간 간단한 과일과 빵을 산스장에서 먹으며 잠시 쉬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먹는 음식은 별다른 재료 없이도 특별한 기분을 준다.
마천산 산림욕장은 관광지라기보다는 주변 주민들이 산책을 즐기기 위해 찾는 장소에 가깝다. 그래서 찾는 사람이 많지 않고, 숲길도 비교적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다. 이런 한적함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곳이다. 다만, 밤에는 어두운 길이 위험할 수 있으니 낮 시간에만 방문하는 것이 좋다.
나 역시 점심쯤 산에 올라 해가 지기 전에 내려왔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숲길을 따라 걸으며 얻은 여유로움이 꽤 만족스러웠다.
마천산 산림욕장은 특별한 볼거리를 기대하고 가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함 속에 소박한 매력이 있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걷고 싶을 때, 자연 속에서 한나절 쉬고 싶을 때, 이곳만큼 어울리는 장소도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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